[칼럼]오바마의 비명, “9.19로 도라갈래”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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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958회 작성일 16-05-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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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오바마의 비명, “9.19로 도라갈래”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1)

 

'여명의 눈동자' 긴 밤을 뚫고 나오는 희미한 빛. 아직은 어둠이 지배할 때 멀리 한줄기 밝음이 캄캄한 어두움을 서서히 밀어내는 황홀경. 전환의 시대 그 웅혼한 빛을 추적하는 까만 눈동자. 한국사회의 ‘전환기 여명’을 추적한다. [필자서문]

 

롤러코스트 양상을 반복하는 북미 관계는 최근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격화일로인가, 완화인가?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하자고 미국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은 6자 회담과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고 합창하고 있다. 9.19는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북한(조선)은 왜 극한 제재와 군사적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거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곧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표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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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차 6자회담 2차 회의(9.13-19)에서 북한과 미국은 6개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9.19베이징 공동성명’은 단순한 핵문제 차원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북미, 북일 관계정상화-한반도 평화체제-동북아 안보틀’까지 담아 한반도 평화문제 해결의 백과전서로 불렸다. 그러나 곧이어 미국 측이 대북 금융제재와 위폐 의혹을 제기하자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사진은 9.19공동성명 합의 장면이다. [사진제공 : 통일뉴스]

 

 

10년만에 뒤바뀐 북과 미국의 입장

 

미국은 이라크 후세인 정부에 대한 접근방식과 유사한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처리하려했다.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북한(조선)이 핵개발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도, 집요하게 북의 핵개발을 의심하며 핵시설 개발 장소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IAEA를 통해 사찰해야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9년 진행된 북한(조선)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이었다. 그러나 북의 비밀 핵개발 시설을 찾으려는 미국의 집요한 시도는 번번이 헛수고였고, 이 시설에는 아무것도 없음이 증명되었다. 2002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조선)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의심과 사찰 태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입장이 정반대로 완전히 바뀌었다. 핵 개발 의혹 정도가 아니라 북한(조선)이 공식 성명과 노동신문을 통해 이미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무기와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했다고 하는데도, 거꾸로 미국은 북이 이들을 완성하려면 늘 5~6년이 더 걸리고 아직 그런 무기는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조선) 평가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어찌된 영문일까?

 

평양-워싱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2005년 세계 언론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었다.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이 합의된 것이다. 9.19공동성명의 주된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6개국 경제협력과 대북 에너지 지원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등이다. 이 성명은 세계의 뜨거운 감자, 한반도 핵문제와 아직도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못한 한국전쟁 문제를 ‘대결과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풀자는 역사적 합의였다.

 

그런데 안팎의 큰 기대와는 다르게 이 합의 바로 다음 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합의 뒤 북미,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하는데 거꾸로 갔다. BDA은행을 통한 미국 재무부의 대북 금융제재가 바로 개시된 것이다. 합의는 했으나 사실 합의를 시행할 의지가 없다는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첫 징후였다. 아니나 다를까, 6자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는 합의 불이행과 핵문제에 발이 묶여 시작조차 못했다. 북한(조선)의 과거 핵개발 의혹을 검증하고, 미래 핵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던 미국과 중국의 의도 역시 실패했다. 결국 북한(조선) 핵무기의 다량 현실화로 합의문 각 조항은 사문화되고 이 합의는 이제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역사적인 9.19합의는 왜 이처럼 휴지조각이 되었을까? 9.19합의를 포함해 그동안 수많은 북미간 합의가 휴지조각으로 돌아간 이유는 자명하다. 실행의지 없는 합의였기 때문이다. 합의를 일방 혹은 쌍방이 실천의지 없이 ‘교란기술’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국가 간 협상과 합의도, 사실상 힘의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대국의 이중전술 때문에 파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이 합의를 파기했건 북이 파기했건, 누가 9.19합의를 파기했는가의 시시비비가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돌아보면 양자 모두 상호불신으로 협상의 실현 가능성을 처음부터 높게 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오히려 양자 모두 협상의 파기나 불이행에 대비한 ‘플랜B’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9.19합의 이후 10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협상은 거덜 났고 양자의 이면전략은 온 세상에 여지없이 드러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바마 정부와 북의 ‘플랜B’

 

미국은 왜 상호 합의를 하고도 사실상 이 합의에 큰 관심이 없었을까? 중국을 추동해 북을 압박하려는 6회담과 그 성과물인 9.19합의는 원래 부시 행정부의 작품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부시 행정부가 합의한 9.19와 6자회담 틀을 유지했다. 오바마의 대북 전략은 그 유명한 ‘기다리는 전략’이었다. 간단히 말해 미국의 전략은 ‘시간싸움’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과연 긴 시간싸움을 하는 동안 무엇을 간절히 기다렸을까?

 

 

중국의 중재와 간섭을 북이 수용한다면 이는 미국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회담이었다. 북한(조선)이 평화체제(주한미군 철수)와 연동 없는 일방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이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북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이 시간싸움을 통해 추구한 최종 목적은 북한(조선) 정권 붕괴였다. 이는 공식적으로 북한(조선) 정권 붕괴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외교적 수사나 공식 표명과는 크게 다르다. 미국은 시간을 끌며 중국을 활용하여 북을 압박하는 협상전술과 동시에 정권붕괴를 위한 장기대결의 이중전략을 구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무부 정보조사국(BIR) 분석관이자 동북아팀장을 지냈던 존 메릴은 “오마바 1기 대북문제를 관여한 사람들은 북한이 결국 사라질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면서 “물론 이는 오산이었고, 난 당시에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주한 미 대사 도널드 그레그는 최근 출판한 회고록에서 “미국 정보기관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살아 있는 실패 사례는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북이 구사한 대미 이면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북이 구사한 양면전략은 놀랍게도 ‘공개적 핵개발, 핵무력 증강전략’이었다. 핵 개발을 더 이상 과거처럼 비밀리에 뒤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한 뒤 합법적이고 세계에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국가전략으로 전환했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2013년에는 ‘경-핵 병진노선’을 공식화했다. 만약 오랜 기간 비밀리에 준비된 핵 기술과 핵 운반수단인 전략미사일 개발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전략은 큰 국가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대담한 전략이다.

 

6자회담과 9.19가 삐걱거리는 시간 동안, 북의 양면전략은 2006년 1차 핵 시험, 2009년 2차 핵 시험, 2013년 3차 핵 시험, 2013 인공위성 광명성 발사, 2015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16년 수소폭탄 시험까지 연이어 진행되었다. 조만간 장거리 ICBM 시험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보도가 무성하다. 9.19 이면에서 벌어진 상호 플랜B의 대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북의 ICBM과 흔들리는 미국

 

북한(조선) 핵능력의 실체에 대한 판단은 북의 적국인 미국이 주로 한다. 그리고 세계 주요 언론이 받아쓴다. 그런데 미국은 점점 대북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북의 핵 역량에 대해 점차 다양한 시각과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은 미국의 북 군사력에 대한 과소평가와 정보조작에 대해 하나씩 증명이라도 하듯이, 공개적으로 북이 준비한 미사일, 핵 역량의 실체를 하나씩 실제 시험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 과정은 미국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 온 북 군사정보에 대한 비밀 통제력을 무력화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조선) 핵능력의 실상은 CNN, BBC,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주류 언론의 보도나, 조엘S 위트 등 미국 전직 관리들이 운영하는 38노우스 등 미국 내 전문사이트에서 보도하는 수준과는 크게 다르다. 현실은 북의 핵보유나 핵보유의 인정, 불인정 차원을 뛰어넘고 있다. 이미 북이 개발해온 핵능력이 과연 어느 수준과 상태인가의 문제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이란이나 파키스탄 수준이라면 아직 미국에게 시간은 남아있다. 그러나 만약 단순한 초기 핵 개발 시험 수준을 넘어 미·중·러와 어깨를 겨루는 현대적 최첨단 핵과 ICBM 시험이라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북의 주장대로 소형, 경량, 다종화한 핵무기와 최첨단 수준의 다양한 운반체가 구축되었다면 이는 핵 개발 역사의 대이변이자, 차후 미국과 NPT 중심의 세계 핵질서를 뒤흔드는 대사변이 된다.

 

 

미국이 스스로 실토하듯이 기다리는 전략이 실패했고 다가오는 북의 대미 본토 핵위협은 이제 정보통제로도 감추기 어려운 현실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클린턴이나 공화당 주자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지 미-소 대결 이래 처음으로 미국 본토 방위의 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막아야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방식으로 반미 성향 국가들의 핵확산이 현실화될 경우 21세기 미국 군사력 중심의 세계질서에 커다란 파열구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동시에 중국이 추구하는 야심찬 21세기 G2질서에 대한 도전과 위협이기도 하다.

 

닭 쫒던 개 신세 된 미국

 

한국 주류언론은 미국이 세계 주류언론에 흘려주는 정보에 의존하여, 장님 코끼리 만지듯 보도한다. 독자들은 북미관계의 실상을 잘 이해할 수 없다. 미국도 대북 UN제재가 사실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난처하게도 북한(조선)의 핵 무력 증강을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 경제봉쇄가 통하거나, 이라크처럼 핵을 빌미로 무력으로 제압하거나 붕괴시키고 싶은데 미국은 이미 그 시기를 상실해 버렸다. 미국의 ‘기다리는 전략’이 완전히 실패하여, 더 밀리게 되면 미국은 가까운 미래에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북 핵을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더 이상 북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 핵을 인정한 상호 군축협상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진짜 9.19로 돌아가고 싶은 처지가 되었다. 반면 북한(조선)은 ‘굿바이 9.19’를 선언하고 있다. “대화와 대결”의 지긋지긋한 이중정책을 더 이상 그만두라는 요구이다. 실행의지 없는 교란용 협상전술도, 이면에서 추구한 대북 적대정책도 다 그만 두고 대화든 대결이든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이다. 따라서 앞으로 협상을 한다면 다시 철지난 ‘변형된 9.19’가 아니라 조건 없는 북미 평화협정만이 ‘진짜 협상’의 주제라는 것이다.

 

이게 미국과 중국이 휴지조각 된 9.19를 부여잡고 “나 이제 즌짜 9.19로 도라갈래!”를 합창하는 진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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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위원은 1985년 고려대 광주학살원흉 처단투쟁위원회 위원장,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으로 3년 옥고를 치른 뒤 오산과 수원에서 노동자회관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런던대 아시아 태평양 지역학 석사과정,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통합진보당 교육위원, 경실련 하이텔정보교육원 이사, 사람과 사상 소리클럽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현재 민플러스 편집기획위원으로 국제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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