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캐나다동포전국연합회 홈페지
자유게시판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 연재] 이희종의 '진보정치 그 다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3-12 22:33 조회44회 댓글0건

본문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 연재] 이희종의 '진보정치 그 다음'

 

 

 

 

 


2462_5865_138.jpgicon_p.gif

▲ 사진자료 헌법 재판소

2014년 12월19일 그날 서울은 유독 추웠다.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얼굴도 굳어있었다. 누구나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헌재는 1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이정희 대표의 눈물 섞인 발언, 당원들의 울먹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언젠가 갚아 주리라. 복수심이 일었다. 10년 넘게 키워온 진보정치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분단 조국에서 진보정당을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대한민국의 현실이 보였다. 종북 칼바람 막아낼 튼튼한 집을 짓지 못한 지난 10년을 돌아보기도 했다. 민중 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진보정당이 허허벌판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서 있구나. 반성도 되었다.

분노, 현실, 반성 그날의 감정 하나하나를 잘 기억해두자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f7be4640112123aac12b50ef8f2eb1cf_1489372
​(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련합회) 

 

f7be4640112123aac12b50ef8f2eb1cf_1489372
​(통진당해산판결에 인용과 기각을 했던 헌재재판관들, 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련합회)

 

2017년 3월10일은 봄이 오는 날이었다. 헌재 앞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도 봄을 맞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결문을 읽는 이정미 재판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숨죽였다. ‘직권남용’, ‘인정됩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함성을 지른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그 재판관의 입만 보고 있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오늘의 판결은 민중이 만든 판결이다. 찬바람 이는 광장에 수십, 수백만이 모여 몇 개월을 투쟁했다. 흔들리는 야당을 바로잡은 것도, 새누리당을 둘로 쪼갠 것도, 국민 특검을 만든 것도 촛불이었다. 나는 또 오늘의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해두자 다짐한다.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기억하며 진보운동을 하는가. 86세대는 80년 광주의 아픔과 87년 6월 항쟁의 승리를 기억한다. 선배들은 광주를 기억하며 독재 정권에 맞서 총을 들고 나서는 민중의 모습을 상상했다. 87년 6월 항쟁을 떠올릴 때는 세상을 바꾸자며 거리로 쏟아져 나올 민중을 상상했다. 학습과 토론으로는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경험과 기억이 부러 울 때가 많았다.

우리 세대의 기억은 무엇일까? 96년 연대항쟁, 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08년 광우병 촛불, FTA 반대 투쟁, 많은 투쟁이 떠올랐다. 96년 연대항쟁 이후 학생운동은 무너져갔다. 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은 위대했지만, 정리해고제는 남아 노동자를 괴롭힌다. 한미 FTA는 진행형이다. 열심히 싸워왔지만 대중조직들의 투쟁력은 약해졌다. 돌아보면, 투쟁과 혁명을 이야기했지만 내가 한 가장 큰 상상은 진보정당의 성장과 집권이 아니었을까? 그 기대와 상상도 2014년 12월9일 헌재 앞에서 기만당했다. 이때쯤부터 ‘헌법 안의 진보’도 나왔던 것 같다. 보수야당과 별반 차이 없는 무기력한 진보의 모습을 보인 것도 이때부터였다.

대통령이 파면당한 2017년 3월10일, 이제 그런 부러움은 사라졌다. 86세대도, 우리 세대도,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 모두의 기억을 가름할 기억이 생겼다. 이제 우리의 상상은 대통령까지 탄핵하는 민중의 투쟁에서 시작한다. 수십, 수백만 명이 수개월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투쟁에서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갈 우리의 다음 세대가 부러울 뿐이다.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인 세상이 열린 셈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제 두 달 후 정권이 바뀔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나의 삶이 달라질까? 많은 사람이 묻는다. 사드 배치가 막힐까? 재벌 개혁이 이루어질까? 미국으로부터 당당해질까? 노동자, 농민들은 대접을 받을까? 진보정치의 상상력이 답해야 한다. 무상교육이나 세금 이야기를 넘어 나와 우리의 삶을 바꿀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이야기하자.

벌써 적폐세력과 수구언론은 깃발을 내리고 국민통합으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대통령선거에 집중하자고 한다. 여기까지만 상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승리한 민중의 분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통령이 파면당한 헌재 앞에서 오늘의 승리를 기억하며 헌법을 넘는, 분단을 넘는, 더 큰 진보, 더 급진적 진보를 상상해본다. 물론 2014년 12월19일 그날의 분노, 현실, 반성의 기억과 함께.

이희종 정치칼럼니스트  minplusnews@gmail.com

(원문출처/민플러스)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7-03-13 12:16:10 남녘소식에서 이동 됨]
추천 0 비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