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기 달고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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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62회 작성일 17-11-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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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기 달고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다
[특집연재] 나양일 통신원의 릴레이 ‘통일염원’ 마라톤(1) 2017년 11월5일 뉴욕마라톤
  • 나양일 캐나다통신원 /민플러스
  • 승인 2017.11.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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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라톤대회 코스, 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연합회, 출처/인터넷)

단일기를 가슴에 달고 42.195km를 달린다! 현장언론 민플러스의 나양일 캐나다 통신원이 이달 5일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나 통신원은 캐나다 이민 이후 취미로 마라톤을 시작한 아마추어이지만 세계 6대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3시간20분대 기록을 갖고 있는 노력파입니다.

이런 그가 올해 뉴욕마라톤에 참가하며 나라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가슴에 단일기를 달고 코스를 완주할 때 느낀 벅찬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지난 4월 보스턴마라톤을 뛴 그는 이제 남은 4대 국제마라톤은 물론, 서울과 평양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단일기를 달고 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나 통신원의 마라톤 완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이민생활의 무료함도 달래고, 내가 사는 동네의 한국 분들도 만날 겸 시작한 마라톤.

2012년 첫 풀코스 완주를 시작으로 햇수로 6년째 달리다 보니 어찌하여 보스턴 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어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을 뛰었다. 또 보스턴 마라톤 완주를 계기로 다시 어찌하여 세계 6대 마라톤(보스턴, 시카고, 뉴욕, 도쿄, 런던, 베를린) 완주에 도전하게 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마라톤을 뛸 때마다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뛰었다. 억울한 아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같이 하고 싶어서였는데, 이번 뉴욕 마라톤부터 나머지 대회들(도쿄, 런던, 베를린)에선 단일기를 달고 뛰면서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그게 아마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통일운동이라 생각이 들어서….

뉴욕 마라톤, 2017년 총 참가인원 5만653명.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마라톤 대회이다. 잘 알려진 대로 뉴욕은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반도 분단의 최고 원흉, 자주통일의 최대 걸림돌이자 한반도 전쟁위협과 분단영구화를 획책하는 미국의 심장도시이다. 이곳 미국의 심장에서 단일기를 달고 달리며 미국 시민들과 교민들에게 한반도에서의 전쟁반대와 조국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말하고 싶었다.

지난 10월8일 시카고 마라톤 이후 충분한 휴식과 회복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로 한 달 만에 다시 풀 마라톤을 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렵게 얻은 출전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11월3일 금요일 오후 회사 일을 대충 정리하고 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토론토에서 뉴욕까지는 자동차로 대략 10시간이 걸린다. 확실히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국경을 통과하는 게 까다로워졌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예전엔 여권 확인과 간단한 질문 이후 바로 통과했는데 지금은 트렁크의 짐이며 뒷좌석까지 샅샅이 뒤진다. 그나마 마라톤을 하러 간다니 내 최고기록을 물어보며 농담도 건네고 부드럽게 대해준다. 암튼 트럼프가 여러 가지로 피곤하게 만든다.

일정도 짧고 뉴욕엔 이미 여러 번 왔던 터라 딱히 다른 곳을 기웃거리지 않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레이스 번호표를 찾아서 내일 입고 뛸 옷에 단일기를 달았다. 단일기가 마땅한 크기가 없어 보관하고 있던 것을 잘라서 붙이다 보니 영 모양새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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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나양일 통신원(이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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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레이스 당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았지만 일기예보대로 구름이 가득하였는데 비만 내리지 않으면 뛰기는 좋은 날씨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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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로 가는 페리(여객선)터미널은 이미 배를 기다리는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라스베이거스 테러 이후 경비가 삼엄해져 완전무장을 한 경찰특공대와 군인들이 거리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페리터미널에서는 폭발물 탐지견들이 승선하는 모든 사람을 검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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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코스는 스태이튼 아일랜드의 포르 워즈워스(Fort Wadsworth)를 출발, 브루클린으로 연결되는 베라자노내로스 다리(Verrazano-Narrows Bridge)를 건너, 뉴욕시를 구성하는 4개의 다른 지역(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와 맨해튼)을 통과하여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로 골인하도록 구성되었다.

5만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출발할 수 없어 예상 완주기록을 기준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출발시켰는데, 출발할 때마다 각기 다른 4명의 가수가 나와 각기 다른 4종류의 미국 국가를 부르고, 요란한 출발 신호 포와 헬기들의 편대 비행으로 미국 특유의 허세어린 애국심을 한껏 고취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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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프랑스에서 온 몇 명의 마라토너들이 내 가슴의 단일기가 뭐냐고 물었다. 짧은 영어로 미국에 의해 분단된 남북한과 평화통일, 지금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같이 내린 결론은 “트럼프는 미친놈”이었다. 몇 명의 다른 미국 친구들도 “미친 트럼프”에 공감한다며 평양마라톤 얘기도 나누었는데 그 친구들은 내게 “꼭 네 소원대로 평양마라톤에 가서 완주하길 기원한다”고 격려해주었다. 미국에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적인 미국 시민들이 많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10시45분, 요란한 출발 신호를 뒤로 스태이튼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베라자노내로스 다리 위로 출발했다. 문제는 바다 위에 놓여진 4.2km의 이 다리가 절반까지는 무척 가파른 오르막이라는 점. 레이스 초반의 오르막이 흥분하기 쉬운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예방해준다고는 하지만, 추운 날씨에다 바다 맞바람 가득한 2km의 오르막은 오늘의 쉽지 않은 레이스를 예고해 주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응원인파가 대단하다. 젖먹이 꼬맹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각종 깃발과 치장으로 달리는 사람들과 같이 레이스를 즐기고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달리는 사람들은 이런 응원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받는다. 브루클린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맞바람도 계속 불고, 보슬비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빠른 속도로 뛰지는 못했지만 꾸준한 페이스로 달렸다. 하프지점을 넘어서 조금 더 가니 또 하나의 다리가 나타난다. 퀸스보로 다리(Queensboro Bridge), 다시 마주한 엄청난 오르막, 하지만 오르막 이후 더 길고 가파른 내리막이 다리를 더 많이 힘들게 했다. 도로변의 많은 응원객들 중 한국 교민 한분이 딸아이와 함께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 군데군데 응원인파 중 태극기를 든 교민들도 단일기를 알아보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특히 젊은 2~30대 교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코리아 파이팅!”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응원해 줄 때는 너무 감격스럽고 가슴이 벅차 눈물이 솟았다.

30km를 넘어서며 걱정했던 일이 드디어 나타났다. 허벅지가 지릿거리며 쥐가 올 듯한 징조가 느껴진다.

아직도 12km나 남았는데 쥐가 나기 시작하면 남은 코스는 거의 걸어서 끝내야 한다. 온통 모든 신경이 다리로 간다. 제발 쥐만은 오지 않았으면….

35km를 넘어서 코스의 마지막 부분인 센트럴파크 지역에 진입했는데, 마지막 7km는 현재 컨디션으로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거리다. 게다가 가파르진 않지만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고 센트럴파크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보슬비는 좀 더 세어지고, 다리는 힘을 잃어 질질 끌리고, 눈꺼풀은 자꾸 감기고, 응원하는 소리들마저도 희미하다. 일종의 저체온증 증세가 아닌가 싶었다. 최악의 상황이자 너무 많이 힘이 들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약해지기 시작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올라온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가슴에 단 단일기가 부끄러워지는 게 싫었다. 미국의 심장에서 보란 듯이 우리민족이 하나 되는 걸 원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몽롱한 정신에도 다리에 쥐가 날까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느리게나마 뛸 수 있었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42km 지점을 넘었는데 남은 0.195km가 왜 이렇게도 긴 건지…. 가도 가도 보이지 않던 골인지점이 드디어 보이고 엄청난 응원 속에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골인하였다. 쥐가 나지 않아준 다리가 너무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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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기록은 ‘4시간31분05초’, 예상보다 훨씬 나빴다. 하지만 전쟁 없는 한반도, 통일된 조국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들이 멈추지 않았듯, 빗속에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단일기를 달고 뛰는 마라톤은 2018년 2월25일 도쿄로 이어져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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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양일 캐나다통신원  webmaster@minplus.or.kr 

(기사와 사진출처/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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