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사] ⑨ 강제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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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742회 작성일 17-08-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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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사] ⑨ 강제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2014년 12월 19일,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목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헌법재판소에 쏠려있었다. 헌정사 처음으로 합법 정당이 해산되는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정당의 이름은 통합진보당. 19대 총선을 앞둔 2013년 겨울에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 등 3개의 통합주체가 모여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에서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여 원내 3당 지위를 차지했다.

사건의 발단

정당해산의 발단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근혜 후보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네티즌들로부터 통쾌하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이정희 후보는 “외교의 기본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겁니다. 한국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고는 좌경 용공으로부터 나라 지킨다면서 유신독재 철권 휘둘렀습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일 년 전 한미 FTA 날치기해서 경제주권 팔아넘겼습니다. 대대로 나라 주권 팔아먹는 이들이야 말로 애국가 부를 자격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날치기 한 뒤에 애국가 부르면 용서됩니까?”는 발언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및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또 박근혜 후보에게는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으로 지칭했다. 그리고 “박 후보가 권력형 비리근절을 말하는데 평생 권력형 비리, 장물로 월급 받고 지위 유지하면서 살아오신 분이 말씀하시니까 잘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데 이어 “정수장학회도 박정희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닙니까”라며 박근혜 후보를 매섭게 몰아세웠다.

2차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는 “복지를 늘리려면 고위층에서 세금을 철저하게 걷어야 합니다. 박 후보는 저번 TV토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 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는데 그 돈은 비자금으로 전형적인 지하경제에 해당합니다. 당시 은마아파트 30채 값입니다. 지금 시가로 300억 원에 해당합니다. 국민들은 150만 원짜리 로또 3등만 돼도 세금을 다 냅니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셨습니까?”라며 날을 세웠다.

그리고 마치 미래를 내다 본 듯이 “당선된 뒤 측근,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면 그에 대한 책임지고 대통령직 즉각 사퇴 약속하시겠습니까?”라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묻기도 했다. 토론 뒤 온라인 등에는 ‘다카키 마사오, 한국이름 박정희’ ‘박근혜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등 이정희 후보의 발언이 ‘어록’처럼 나돌기도 했다. 이정희, 다카키 마사오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2위에 올랐다.

내란 음모 사건

2013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인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는 ‘내란음모’였다. 여기서 ‘내란죄’란 형법 87조에 규정되어 있고, 국토의 참절 또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여 폭동하는 죄를 말한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내란죄로 처벌된 대표적 사례는 5.18 내란사건이 있다. 5.18 내란 사건으로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주영복, 이희성 등의 신군부 집단이 내란모의참여죄, 내란목적살인죄로 처벌받았다. 그 외 내란죄는 대부분 조작 사건이었고, 독재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활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한국독립당 내란 음모 사건’,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이 있고, 모두 조작사건으로 밝혀져 훗날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이 비밀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조직하고, 통신과 유류시설 등 국가기간 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2013년 5월 12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에서 개최한 이석기 의원의 정세 강연회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9월 2일 한국일보는 자신들이 입수한 녹취록을 신문에 공개하였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전쟁을 선동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초 보도된 이 녹취록은 무려 272곳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수정되어야 했다. 검찰과 언론이 제기한 녹취내용과 실제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는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내란음모 혐의의 가장 큰 증거물이 날조로 가득 차 있었다.

실제 발언

검찰 날조

“선전 수행”

“성전(聖戰) 수행”

“전면전은 안 된다.”

“전면전이야 전면전!”

“통일적인 대응”

“폭력적인 대응”

“시단위에 있어도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

“실탄이 있어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

“중앙 당직이 다 없는 거예요.”

“중앙 지휘부가 다 없는 거예요.”

이석기 내란 음모 무죄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사건 때문에 전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2013년 9월 4일 국회는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참석의원 289표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시켰다.

이석기 의원의 체포 후 국내외 각계 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3년 9월 9일, 국제엠네스티는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9월 27일에는 노엄 촘스키 등 미국의 지식인 57명이 성명을 통해 “거짓혐의로 체포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9월 30일에는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다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34개 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가져 국정원 중심 공안정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0월 22일에는 브루스 커밍스, 박노자 등 15개국 학자 206명이 성명을 내고 “국정원이 정치적 반대파를 내란음모 혐의로 고소하는 것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2014년 2월 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17일 1심 법원은 이석기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수원지법은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8월 11일 항소심 재판에서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논란이 되었던 RO도 그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성립요건이 부족하다고 봤다. 내란음모는 내란 행위의 시기와 수단, 역할 분담 등 행위에 대해 합의돼야 하는데,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그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의 나머지 혐의인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와 내란선동 혐의에서는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2015년 1월 22일 대법원은 이석기 의원과 검찰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내란음모죄에 대하여는 무죄, 내란선동죄 및 기타 혐의는 유죄로 판단한 징역 9년형의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석기 의원은 항소심 재판 최후 변론에서 “제가 제시한 ‘물질 기술적 준비’란 검찰이 말하는 것처럼 시설파괴니 소요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전쟁을 준비하자는 게 아니라 민족공멸을 막기 위한 ‘반전(反戰)을 준비하자’는 화두를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나아가 분단의 위기라면 통일의 기회로 삼아 민중의 역동적이며 창조적인 힘과 지혜를 발휘하여 이를 통해 평화와 화해,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자는 주장이었습니다.”며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였다.

더 나아가 “국정원 국기문란사건도, 청와대 책임론과 NLL공방도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도. 검찰총장은 찍혀나가고 정치권은 얼어붙었고 정권에 대한 비판은 종북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이른바 색깔론-종북몰이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낡은 수법이지만 최근 여론전을 앞세우며 매우 정교하고 교활해졌습니다. 이렇게 색깔론으로 진보당을 공격하고 이를 통해 야권을 분열시켜 야권연대를 파괴하는 것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습니다.”고 말하며 정권차원의 종북 공세를 비판했다.

정부가 주도한 통합진보당 해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1심 재판 결과가 있기도 전인, 2013년 11월 5일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였다.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직후 2개월간의 연구 결과, 통합진보당 전체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통합진보당은 정부의 정당해산 청구 신청을 ‘민주주의 파괴’, ‘유신독재의 부활’ 등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2014년 1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 1차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를 대표해 나온 사람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다.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의 구체적 내용이 현 정권을 타도하고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설립 목적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핵심세력인 RO가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다며 북한과 대치하는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통합진보당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2014년 8월 11일 수원고등법원은 RO가 실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주된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인용 8명, 기각 1명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과 유사한 강령과 기조를 하는 정당의 창당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이라는 명칭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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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등법원의 판결로 통진당 해산사유가 사라졌음에도 503호의 명령에 따라 통진당해산 인용판결을 내린 쓰레기 헌재재판관들 (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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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련)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직후 각계 각층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참여연대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본 헌법재판관들의 관점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헌법재판관들의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헌재의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그들의 폭력으로부터도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통합진보당 해산은 헌법에 대한 헌재의 사형 선고”라고 규정하며 “정당해산제도가 헌법의 이름으로 다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됐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헌법가치와 민주주의 기초인 정치결사의 자유가 훼손된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판결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탄생한 헌재의 역사 중 가장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당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매우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드러나는 의혹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주목을 받게 된 이후 통합진보당 해산을 둘러싼 의혹도 다시 제기되었다. 새누리당의 전 당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씨가 ”통합진보당 ○○○들을 감옥에 보내고 정당을 해산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었다.

또한 “이에 따라 청와대 일부 직원과 정보관리자, 법률전문가들이 청와대 외각에 T/F팀을 구성해 통합진보당을 조사했고, 이를 최순실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등 합법적인 정당인 통합진보당 해산을 위한 작전에 들어갔고, 이를 위해 첫 단추를 이석기 의원을 간첩혐의로 만들어 온 국민들의 여론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중 2014년 10월 4일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에는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長’(장)이라는 글씨와 함께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가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 여부는 대법원에서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사건이 처리된 이후에 결정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었다. 따라서 대법원 선고가 나기도 전에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가 진행 된 것에 대한 의문과 추측이 많았었는데, 김영한 전 수석의 수첩을 통해 그 배후에 청와대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선재기자,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 (기사출처/주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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