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내 생애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 12부-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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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57회 작성일 17-08-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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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수양딸에게

 

 보도를 통해 내 모습을 보고 몇일밤을 지샜다고 하는 수양딸에게  나는 “설경아, 이 엄마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국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이해해야 한단다. 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일이란다”라는 말로 수양딸을 위로하고 “머지않아 평양으로 찾아가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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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


지난 모국방문은 내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조국을 사랑하게 된 것이 죄가 되어 열흘씩 무려 세차례나 출국을 정지 당했으며 네차례에 걸쳐 50여시간 동안 검경의 철야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급기야에는 강제로 쫒겨나 모국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2011년 첫 북한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내게 북한이라는 곳은 꿈에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물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남한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그러나 강제출국에 이어 입국금지가 된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다. 북한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갈 수가 있지만 남한은 전혀 갈 수가 없는 곳이 되버렸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기막힌 일이 내게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오히려 나는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희망을 보았다. 물론 언론의 허위보도에 잘못 인도되어 종북몰이에 편승한 동포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남녘의 동포들이 ‘북한은 우리가 품어 안아야 할 동포요 한 겨레’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살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민족이나 통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많은 사람들마저도 이번 사건을 통해 눈을 떴다고 알려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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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순회강연  


수양딸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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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수양딸 설경이와 수양 사위(2013 8월 촬영).

 

미국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건강 회복에 전념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북한 여행을 다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6.15 선언 15주년과 광복 70주년 행사를 위해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 대표들이 중국 심양에서 회동할 예정이라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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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두번째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됨과 동시에 나는 일본의 6.15 일본측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도쿄, 요코하마, 교토, 오사카, 고베를 순회하는 일본 강연에 초청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조국에서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동포들이 만나 축제를 열 테고, 나는 일본을 순회하면서 재일동포들과 함께 통일 조국을 그리리라. 이왕 일본에 가는 김에 북한여행도 다시 계획했다. 수양딸을 찾아가기 위해서…

거의 모두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재미동포 사회와는 달리 재일동포 사회는 한국을 지지하는 민단과 북한을 지지하는 조총련으로 갈라져 있다. 이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한다는 것은 마치 통일조국에서 강연을 하는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흔쾌히 일본 강연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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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북한기행문 연재를 시작하면서 내게는 수많은 재일동포 독자들이 생겨났다. 그중에는 민단계 동포들도 있었고, 조총련계 동포들도 있었다. 일본 강연 소식이 알려지자 그들로부터 "기다리고 있다"라는 연락이 쇄도했다. 어떤 동포는 페이스북에 '재미동포 아줌마, 일본에 오다' '재미동포 아줌마, 가나가와에 오다' 등의 페이지를 만들어 홍보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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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순회강연을 위해 재일동포 독자들이 만든 웹자보. 

 

이 소식을 종편이 놓칠 리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종편만 들여다보는 어머님이 예상대로 전화를 주신다

"은미야, 니 또 강연하러 다니나? 테레비(텔레비전)서 봤다니 서울도 올라카나? 니 서울오면 크~(큰일) 난다, 아나? 이제 고만 좀 하면 안되겠나?"
"어머니, 걱정마세요. 서울은 가지도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자 조국으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남과 북해외동포들이 서울에서 개최하려던 6.15 선언 15주년 기념행사가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일본 민단은 민단계 동포들에게 '신은미의 강연에 참석하지 말라'는 공고문을 보냈다고도 한다. 역시 분단의 골은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주최 측에 '민단 동포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자 6.15 일본측위원회 관계자는 내게 "아무리 민단 측에서 그런다 해도 올 사람은 다 오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2015
6 14, 남편과 나는 9일간의 일본여행과 15일간의 북한여행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집을 나섰다아이들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종북몰이로 그 수모를 당하고 '사제 폭발물 세례'까지 받은 엄마가 또 강연에 나서고 평양의 '수양형제'를 보러 북한에 가겠다고 하니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전혀 우리 걱정은 마시라"며 되레 나를 위로한다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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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는 평양 시민들.

 

북한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친지·친구들은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걱정을 늘어놓는다. "북한에 가서 억류돼 못 돌아오면 어쩌냐" "북한에 먹을 게 없어서 고생을 하지는 않을까"라면서 말이다 

첫 북한여행을 떠난 한 재미동포의 일화가 생각난다미국에 사는 그의 친척이 "북한에 가면 먹을 게 없을 것"이라면서 , 라면, 미숫가루 그리고 김치를 한가방 싸들고 공항에 나왔다고 한다처음 방북하는 그 재미동포 역시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가방을 들고 평양까지 갔단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짐 검사를 받는데 세관원이 그 물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왜 미국서 이런 것들을 가져왔냐"고 물었단다그 재미동포는 얼떨결에 "혹시 먹을 것이 없을까봐서…"라고 얼버무리자 그 세관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세관원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탑승을 기다리면서 내 첫 북한여행 때를 떠올려본다. 당시 옆에 앉아 탑승을 기다리던 미국인 여행객이 내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내가 "북한에 간다"라고 대답하자 그는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북한?"이라며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표정을 지어 보였다헤어지면서 그는 "돌아올 수 없는 여행(a trip with no return)이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그때 나도 '혹시'라는 생각을 언뜻 해봤지만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쓴웃음만 지어진다. 내게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있을 뻔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재직시 대북 정책에 관여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북한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님은 북한에 대한 한국인의 무지를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

(12부 끝, 13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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