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철학 부재의 의지, 실천없는 용기/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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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03회 작성일 21-05-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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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부재의 의지, 실천없는 용기


[칼럼]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입력 2021.05.10 00:00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왔다고 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강의 윤곽은 외교에 방점을 두되, 북의 ‘비핵화’를 위한 압박과 제재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서두르되, 기다리기’라는 칼럼을 통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의 ‘일괄타결’의 중간지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북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이른 시기에 – 취임 100일 정도 – 검토를 끝내고, 완성되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그 만큼 ‘북핵’ 문제가 중요하며, 시급하게 정리되어야 할 의제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요함의 무게는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대강의 윤곽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북으로 하여금 호응을 이끌어낼 구체적인 방법론도 결여되어 있고, 북의 긍정적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별다른 유인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자칫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되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북과 두 번째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접촉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미 북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밝혔다. 소위 말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없다면, 먼저 대화와 협상을 제안하거나, 양보 조건을 내건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북의 요구는 미국이 먼저 행동을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 북은 자신들의 미국에 대한, 그리고 한국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그대로 보여주었다. 지난 3월 북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제재 발언이 전해지자, 북의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은 직접 담화를 통해 ‘미사일 발사는 자위권’에 해당하는 것이며, 미국을 ‘본토에서 제압할 수 있는 자위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압도적 군사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대응하였다. 또한,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안보리 소집’은 이중 기준이며, 이에 대해 ‘상응조치’를 언급하면서 ‘대화가 아닌 대결’만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북의 움직임은 8차 당대회 이후, 자신들의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자 동시에 미 신행정부의 대응을 시험해보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시험은 결국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자신들의 길을 변함없이 갈 것임을 재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북이 뭔가 먼저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어찌되었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발표된 이상, 이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들의 반응과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G7 외교장관들은 바이든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북이 이에 호응해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의 핵과 미사일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 등의 의제에 대해서까지도 강조하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번 달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들이 오가고, 어떤 결론이 도출되는지에 있다. 트럼프의 시대가 가고, 바이든의 시대가 왔지만 동북아시아 – 혹은 전 세계 - 의 핵심 쟁점의 하나인, 미·중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질지 미지수이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표가 되었지만, 지금의 미국에게 ‘북’ 문제는 중요도가 한창 떨어진 것일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의 코로나 19 팬데믹도 미국의 행동을 제약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힘이 여타의 동맹국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자신의 의지와 정책을 관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전 같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한미 동맹의 구조 속에서 자율성을 상실해왔다. 자율성의 상실은 남북간 합의의 이행을 막아왔고, 북미간 대타협에 의존하도록 해왔다. 이래서는 우리가 원하고 희망하는 남북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 구조적 종속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자율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북정책을 두고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 설득하고,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최소한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우리의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앞으로의 대북정책도, 그리고 그 이행도 우리의 의지와 용기로 실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 정부가 지금 그러한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통령 및 통일부장관, 그리고 정치인들의 의지의 표명은 수도 없이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의지의 표명은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한 그저 하나의 ‘아집’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 박근혜 정권도 남북관계의 개선의 의지를 얼마나 많이 주장해왔는가? 구호와 말뿐인 의지,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는 의지의 표명은 아집일 뿐이다. 아집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할 때만이 진정한 의지인 것이며, 용기는 실천의 철학이 함께 할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보아온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용기는 철학이 부재한 의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남북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함께하지 않는 용기는 결국 ‘실천하지 않는 용기’만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정부, 한국의 자율성이 확보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실천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늪 속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너무 늦지 않기를...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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