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77년, 도대체 넌 누구냐? (1)

 

연재를 시작하며

 

“약소국이니 어쩌겠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굽신 거리며 살던 시대는 끝났다. 당당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픈 바람이 지금의 대세다. 주한미군 77년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은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서 중요한 하나의 길목이 될 것이다. 당당한 국민이 있기에 기어이 당당한 나라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 믿는다. (필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워싱턴=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워싱턴=뉴시스]

 

 

내가 처음으로 주한미군을 가까이에서 본건 40년쯤 전, 전두환정권시절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다. 우리 옆 사동이 주한미군범죄자들의 수용사동이었다. 일반 재소자들 10명이 넘게 사는 큰방을 독차지하고 당시로서는 꿈도 꿀 수 없던 탁자와 의자, 샤워시설, 최신 화장실을 갖춘 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미군 범죄자들의 수형생활의 크고 작은 문제에 미대사관에서 교도소측에 항의를 하곤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때의 인상이 또렷하다. 

주한미군!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늘 ‘논외’였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눈이 핑핑 돌게 변하고 있는데도 유독 고장난 시계처럼 과거에 그대로 멈춰버린 존재다.   
주한미군문제는 윤금이사건, 효순이 미선이 사건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의 관심권에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그 때조차도 더 깊은 논의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중단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도, 논의수준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계획도 없다. 세상은 훌쩍 앞으로 전진해왔는데, 아직도 과거형으로만 머물러있다. 이제는 더 이상 진단과 논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한참 늦었다. 
  
바로 이번 대선과정에서 국민적인 공론화과정을 진지하게 거쳐야하고 현재와 미래에 맞는 진단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행복권을 위해서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우리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경북성주 소성리를 보라. 부산 남구 감만동의 세균무기 실험실을 보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미군의 사드기지가 들어서고 주택가 인근 미군부대안에서 세균전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내륙의 깊은 산골마을, 항구의 바닷가 도심에 뜬금없이 주한미군의 최정예기지가 들어서는 이 장면이야말로 대한민국 어느 구석, 어느 국민도 소성리 주민 신세, 부산 남구 주민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부산 해운대에서는 코로나시국에 무법천지의 폭죽광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전국 어딜 가도 노른자위 땅엔 주한미군이 있고 우리의 통제권밖에 존재한다. 우리 국민의 행복권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다. 국가안보도 국민의 행복권을 위해 있지 않은가?

나라의 미래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서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과거의 유물이다. 냉전의 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깐, 이 땅은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급기야 전쟁의 포성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도 이 지구상 가장 첨예한 대립의 땅이 되었다. 주한미군은 해방과 분단, 전쟁과 냉전이라는 우리의 상처더미에서 탄생했고, 가슴 미어지는 아픈 역사를 딛고 이 땅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주한미군은 철저히 냉전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바뀌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적대로 끝장을 볼것만 같던 남과북도 박정희시절 7.4공동성명, 노태우시절 남북기본합의서를 거쳐 드디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 2007년 정상회담과 10.4선언, 2018년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이 터져 나왔다. 아직도 굽이굽이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도도한 화해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강물은 거꾸로 흐를 수 없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꿈쩍하지 않았다. 70년째 그 자리 그대로다. 그대로 두고 미래를 얘기한다? 그것은 기만이다.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최근 까지 벌어졌던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보지 않았는가? 요즘 와서는 체면 차릴 여유도 없고, 보여 주기할 여유도 없다. 자신들 앞가림도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 모든 과정을 빤히 보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77년동안 특권에 둘러싸여 있고 반칙에 길들여져 있다. 자기 뜻대로 잘 안되면 욱박지르고 은근히 공갈협박이다. 딱 갑질이다. 77년동안 손보지 못한 과거의 협정들이 이 모든 특권과 반칙의 합법적 보호막이다.  
우리 국민의 높아진 자존감이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맞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자존감이 용서할 수 없기에 주한미군문제 논의테이블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기사출처 / 민플러스]

필자 민병렬

민병렬은 부산의 노동현장, 지역현장에서 줄곧 활동해왔고,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공동위 부산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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