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231] 북이 주적이라면 적을 얼마나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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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27회 작성일 17-04-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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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231] 북이 주적이라면 적을 얼마나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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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1 [00: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유세와 토론, 논쟁들이 활발해진다. 좋은 점들이 많으나 귀에 거슬리는 잡음들도 적지 않다. 해묵은 “주적”논란이 또다시 벌어져 후보 사상검증, 안보관 공방이 벌어지는 게 일부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정상일 테지만 황당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북한)이 한국의 주적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들은 자기만이 북을 이기고 한국의 안전을 지킨다고 장담한다. 주적논란을 피해간 어느 후보도 자기가 북의 지도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북을 이긴다고 장담하는 후보들은 북을 얼마나 아는가는 의문이다.

 

《손자병법》의 유명한 대목을 되새겨보자.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롭지 않고, 상대를 모르고 자기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상대를 모르고 자기도 모르면 백 번 싸워 모두 위태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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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볍 (자료사진편집입력/재캐나다동포전국련합회) 

 

북의 현 지도자가 집권한 뒤 반도의 남과 북이 아직까지 큰 충돌을 빚지 않아 승부를 논하지 못하는데, 남에서 퍼지는 북에 대한 정보들은 절대다수가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후보들이 그런 부정적인 내용들을 그대로 믿고 북의 지도자와 지도층을 미치광이 집단쯤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위태로운가. 옛날과 달리 현대전은 두 번 싸울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다. 한 번 잘못 싸워 남북이 모두 위태롭고 모두 손실을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박근혜 후보를 특별히 우대하여 텔레비전 토론이 흐지부지했는데, 그런데 불만을 가진 어느 네티즌이 어느 사이트에 댓글을 달아 토론에서 응당 박 후보에게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봤느냐고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주석의 8권본 회고록을 읽었다면 그 책을 읽고 인용해서 법정에 가게 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처벌해야 되고, 읽지 않았다면 상대- 적을 모르는 무지함을 드러내는 셈이며, 그게 무슨 책인지 모른다면 무식함이 폭로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어려운 답을 하지 않아도 됐던 박근혜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되어 4년 동안 국제무대를 주름잡으면서 패션쇼를 마음껏 펼쳤다.

 

2016년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의 사망지점을 하얼빈 감옥으로 헷갈리는 무식함을 드러내고도 스스로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북 정권 붕괴를 내다보고 북 인민들의 탈출을 기대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축사에서는 아예 대놓고 탈북을 권유했다. 헌데 북이 무너지기는 고사하고 그달 하순에 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 증거물인 태블릿 피씨가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권이 균열을 일으키더니 반년이 지나지 않아 붕괴되고 말았다. 박근혜 축사들이 나와서부터 몇 달 동안 “탈북자”들이 더 늘었다는 얘기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니 박근혜 호소는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일국의 최고수뇌로서 나름대로 정보들을 받았기에 그런 주장을 펼쳤을 텐데 결국에는 북에 대한 무지를 폭로하고 말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공손한 편지를 써 보낸(이제 와 보면 그 편지도 직접 썼는지 의심스럽다만) 품만큼이라도 품을 들여 《세기와 더불어》를 어느 정도 읽어보았더라면 무턱대고 북의 붕괴를 내다보고 탈북을 호소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북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기 무척 좋아하는데, 어느 토론이나 문답에서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봤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난다.

 

지난 날 김상일 교수가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글들을 섰다가 법정놀음을 했고 근자에는 《자주시보》의 이용섭 기자가 구속됐는데 《세기와 더불어》의 내용들을 인용했다는 게 죄목의 하나란다. 김상일 교수의 글들은 나름 특색이 있어 어느 인터넷 매체에 연재할 때부터 필자가 거의 다 읽어보았다. 단 저자가 《세기와 더불어》만 보았을 뿐 다른 책들이나 자료들을 본 게 너무 적어서(이는 한국이란 특수한 환경이 만든 폐단이다) 사고의 폭이 좁고 자료의 비교, 대조가 부족한 등 약점이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용섭 기자의 항일전적지 취재기는 발품을 파는 외에 다양한 자료들을 비교, 대조하였으므로 김상일 교수의 글보다 볼 재미가 더 있었다.

 

필자가 잘 아는 역사이지만 남들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이해하느냐를 알게 되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다. 이용섭 기자나 김상일 교수의 결론들을 다 받아들일 리는 없는데, 김상일 교수의 주장 하나는 정확하다고 인정한다. 원래 말이 어떠했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요지는 《세기와 더불어》를 모르면 조선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평가를 듣는 조선을 알려면 그 뿌리인 항일무장투쟁을 알아야 하고 조선의 모든 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김일성 장군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아주 간단한 사례로 조선의 특색 중 하나인 열병식을 놓고 보더라도 왜 전쟁위협이 고조에 이른 최근 같은 때에도 대형 열병식을 치렀느냐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분분한데,  《세기와 더불어》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7권 제19장 시련의 언덕을 넘어의 제1절  “마당거우밀영”은 김일성 부대가 1937년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하순까지 징위현(靖宇县, 예전엔 멍쟝현蒙江县몽강현)의 산골인 마당거우에서 4개월 동안 집중적인 동기군정학습을 진행한 경과를 담고있다. 김일성 주석은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그때 생활문화에도 각별한 주의를 돌렸습니다. 정갈하지 못한 육체에서 건전한 넋을 기대할수 없는것처럼 지저분하고 산만무질서한 대오에서는 강철같은 전투력을 바랄수 없습니다. 지난날 적들은 우리 부대가 숙영한 자리, 불피운 자리만을 보고도 추격을 중지하였습니다. 그것만을 보고도 우리 군대의 규률과 질서, 전투력을 가늠할수 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처럼 적들이 대부대를 투입하여 교대해가면서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경우들도 있기에 적들이 번마다 추격을 중지한 건 아니지만 김일성 부대가 숙영한 자리, 불 피운 자리만을 보고 추격을 중지한 사례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성공사례와 경험을 알면 조선이 지난날 굉장히 어려웠던 때에도 대형활동을 진행한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다. 이번의 4· 15 열병식은 “참수작전”설이 파다하게 퍼졌던 때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벌였기에 유달리 주목을 끌었고, 또 미국이 항공모함 출동 정보를 흘리면서 위기설을 부추기던 시점에서 새로운 종대형식과 새로운 무기들을 선보여 놀랍다는 평가들을 받았는데, 단순한 무기자랑이 아니라 열병을 통한 단결과 무기양산으로 제재의 무용성을 지적하면서 반대세력들에게 불장난을 말고 물러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항일유격대의 숙영한 자리와 불 피운 자리의 확대발전판이다.

▲ 북의 전차부대 열병식, 쌍발 대공미사일, 대전차미사일 등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갖춘 최신형 전차이다.     © 자주시보

 

▲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북의 장갑차와 자주포 부대가 김일성광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주시보

 

처음 공개되는 무기들이 너무 많아 모형, 가짜논란들이 벌어지고 어떤 언론들과 사람들은 탱크의 중도퇴출을 과대해석했다. 또 어떤 네티즌은 그 탱크 운전병이 기합을 당했을 것이라면서 잘코사니를 불렀다. 조선의 자료들을 충분히 접했더라면 지나친 해석이나 기합 따위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조선인민군에는 기합이라는 게 없다. 그리고 1940년대 후반에 조선에서 탱크 병종을 설립하기 시작해 농사꾼들의 자식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다루게 됐을 때, 첫 열병식에 앞서 실패나 망신을 두려워하는 탱크병들에게 김일성 장군은 몰고 가다가 멎어서면 내려서 걸어가도 좋다고 첫 탱크병들의 기를 살려주었다. 어떤 한국인들의 천박한 반향은 조선에 대한 무식함과 이유 없는 우월감을 드러낼 뿐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북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정도는 웃고 지날 일이지만, 대권을 넘볼 정도로 무게가 있고 영향력도 가진 정치인들이 북에 대한 무지나 편견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하여 필자는 웃음이 나오는 한편 우려도 느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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