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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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36회 작성일 16-09-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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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먹은 그림자

 

시골선비 하나가 서울로 과거보러 가고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길가에서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렸다.

방금까지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그림자가 점심때가 되자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았던것이다.

《이놈, 내 그림자를 어디에 쫓아버렸느냐?》

선비는 괜히 따라오는 하인더러 트집을 걸었다.

하인은 그림자의 리치도 모르고 자기에게 생트집을 거는것이 어이 없어 그를 한번 골려주려고 마음먹었다.

《예, 도련님은 키카 큰데 그림자는 키가 작아 보기가 딱하였소이다. 그래서 키크는 보약을 먹고 오라고 약국에 보냈소이다.》

《그래 거짓말은 아니겠지?》

《거짓말이라니요! 이제 좀 있으면 따라올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점심때가 기울고 선비의 발밑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선비는 그 그림자를 굽어보면서 마뜩지 않은 소리를 한마디 했다.

《보약을 먹었다는게 왜 키가 더 줄어들었느냐?》

하인은 웃음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으면서 대꾸하였다.

《돈이 없어 보약을 외상으로 조금 사먹고 온탓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왜 진작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도련님이 공자왈맹자왈하고 학문을 닦고있기에 글 읽는데 방해가 될가봐 여쭙지 못하였소이다.》

하인이 말하자 선비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였다.

《네가 빨리 약국에 찾아가서 외상 먹은 약값을 물어주고 오너라.》

선비는 하인에게 돈 한잎을 들려주었다.

하인은 그 돈을 가지고 장거리에 나가 국수 한그릇을 사먹고 늦게야 돌아왔다.

와보니 선비의 발밑에는 그의 키보다 갑절이나 자라난 그림자가 누워있었다.

선비는 하인을 보고 마음이 흐뭇해서 머리를 끄덕이였다.

《외상값을 갚느라고 수고가 많았구나. 이제야 보약 먹은 그림자가 은을 낸단말이야. 보렴, 이렇게 키꺽다리가 되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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