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의 요기할 궁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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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요기할 궁냥
길가던 나그네가 중낮쯤 되여 배가 어지간히 고파나서 앞에 보이는 마을로 걸음을 다그쳤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먹을것을 파는 집이 없었다.
나그네는 한 늙은이가 밀마당질을 하는것을 보고 그리로 다가갔다. 나그네는 늙은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큰 백양나무옆에 있는 연자방아만 유심히 살펴보았다.
늙은이는 길손의 행동이 하도 이상하여 《여보시오, 무엇을 그렇게 찬찬히 들여다보시오.》 하고 물었다.
《이건 누구네 연자방아인가요?》
나그네가 물었다.
《왜 그러시오?》
《괜찮은데. 이 연자망이 정말 괜찮아!》
나그네가 혼자말로 거듭 되뇌이였다.
늙은이가 왜 괜찮다고 하는가고 물었지만 길손은 그냥 괜찮다고 할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길손이 말을 하지 않을수록 늙은이는 더 궁금해났다.
늙은이는 길손이 종시 말할것 같지 않아서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가세. 우리 집에 가서 점심이나 먹자구.》
《아니아니, 난 갈길이 급해서…》
길손은 제법 딴전을 피웠다.
늙은이가 그를 놓아줄리 만무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시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점심이나 먹으면서 쉬였다가 가시오.》
나그네는 늙은이한테 끌려가서 푸짐한 술상에 마주 앉아 배불리 먹고 마시였다.
늙은이는 그 연자망이 왜 괜찮은가고 물었다.
《그 말을 아무데서나 마구 해서는 안됩니다. 갑시다. 마을어구에 가서 내가 말해줄게.》
늙은이는 그와 함께 마을어구까지 갔다.
나그네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것을 보고 《그 연자망은 돌로 만든것이여서 밀이 잘 찧어지겠수다.》라고 한마디 말하고 종종걸음으로 떠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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